이 언덕 너머와 저 언덕 너머
김남열
저 언덕 너머에도 이 언덕너머와 같이
해와 달이 비추고 있을까
그 해와 달을 바라다보며
이 언덕 너머를 그리워 할 수 있을까
이 언덕 너머에서 살아도
산 것이 아닌 삶이 있는데
저 언덕 너머에서도 그러한 삶이 있다고 하면
저 언덕 너머를 그리워 할 필요가 있을까
저 언덕 너머의 삶이든, 이 언덕 너머에 삶이든
별반 다를 바가 없는데
우리는 왜 이 언덕 너머에서
가보지 않은 저 언덕 너머를 동경하는 것인가
이 언덕 너머이든 저 언덕 너머이든
문턱 하나 사이에 존재 하는 언덕이거늘
왜 우리는 구별되는
언덕을 만들어 놓은 것인가
살면서 죽어보지도 않고
왜 저 언덕 너머를 생각하며 고민하는 것인가
사실인즉, 이 세상 살며 고뇌고 힘들 일이 많아서
피할 수 있는 저 언덕 너머의 피난처를 만들어 놓았다면
이제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
한 치의 앞날을 모르는 인간이
살아서 인간의 삶을 다 알지 못하면서
죽어서 가야할 저 언덕 너머의 삶을 논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
그래서 타인의 삶을 지적 질을 하다가
“너나 잘 하세요?” 란 말을 듣듯
우리도 이 언덕너머의 삶을 다 모르면서
저 언덕의 삶을 논한다면
어느 누군가 저 언덕 신경 쓰지 말고
“이 언덕이나 신경 쓰세요?” 라고 지적 질을 하지 않을까
일찍부터 이 언덕 너머에서 저 언덕 너머의
삶이 공존하고 있음을 깨달은 현자들이
하물며 “앉은 자리가 부처의 자리” 라고 말을 하며
저 언덕 너머로 먼저 갔을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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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문학시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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